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인 여성 화가 최욱경(1940~1985)의 대규모 회고전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는 작가의 전방위적인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는 작가의 미술 교육자 및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함께 다루며, 특히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작가의 시집 등 문학과의 연계성을 깊이 있게 탐구했습니다. 최욱경 작가는 미국 유학 시절 낯선 환경에서 겪은 정체성 혼란을 앨리스의 경험에 투영하며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전시에서는 최욱경 작가가 1960년대 중반부터 선보인 색면 대비와 표현적인 붓 터치가 돋보이는 추상회화뿐만 아니라, 캔버스에 문자와 텍스트를 도입하거나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1965년 작 '앨리스, 기억의 파편'은 작가의 유학 시절 경험과 앨리스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연결 지어 주목받았습니다. 또한, 일곱 가지 무지개색 나무판이 모터로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 작품 '호기심' 등 다채로운 매체를 활용한 시도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욱경 작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추상표현주의 영향을 받은 미국적인 화가' 또는 '요절한 비극적인 여성 작가'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최욱경, 앨리스의 고양이' 전시는 이러한 기존의 평가를 넘어, 작가의 작업을 동시대 현대미술 및 문학과의 관계 속에서 다각도로 조명하며 그의 예술적 좌표를 재탐색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작가의 능동적인 삶의 이력과 작품이 지닌 동시대적 가치를 부각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