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수 작가는 오래된 도자 파편의 시간성을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창조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아온 예술가입니다. 2026년 6월 24일부터 7월 25일까지 서울 북촌 가회동 갤러리 지우헌에서 개인전 《잔잔(殘殘): 기록되지 못한 것들(Re-born: In between)》을 개최했습니다. 이 전시는 작가가 지난 3년간 중국의 곡양, 소흥, 경덕진, 진황도 등지에서 레지던시 과정을 거치며 제작한 신작들을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유물이 되지 못한 채 버려진 파편들의 흔적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인 잔상을 더해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택수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인 ‘Re-born’_series가 갤러리 한쪽 벽면 전체를 아우르는 대형 원형으로 설치되어 중국의 오, 송, 명, 청 시대 유물 파편과 현대 도자 흙이 결합된 거대한 세계관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명·청 시대 도자 파편과 옥토, 중국백토를 활용한 소형 설치 작품 3점도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특히 천년이 넘는 세월을 품은 중국 송나라 시대 갑발 파편을 활용한 도자 기물은 가마 안에서 녹아내리듯 변형되어 고대 파편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형태를 띠며 시대 간의 합작을 표현했습니다.
전시된 신작 중 ‘Re-born’_Jade series는 기물에 직접적인 조명을 투사하여 도자 표면의 섬세한 결을 부각하고, 도자 면 너머로 은은하게 비치는 청화 파편의 푸른 흔적을 마주하게 하는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작가는 기존 시리즈명에서 한 단계 나아가 'Re-born: In between'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물질적인 형태 이전의 본질과 비물질적인 영역, 그리고 겹겹이 쌓인 잔상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는 과거에 기록되지 못했으나 현재에 숨 쉬는 흔적들과 내부의 층위를 마주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