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죽선은 한국 고유의 접부채로, 두 장의 대나무 겉대를 민어 부레풀로 맞붙여 만든 독창적인 형태의 부채입니다. 일반적인 접부채와 달리 부챗살이 매우 견고하며, 은은한 한지 위에 사군자나 산수화를 그려 넣어 선비의 기품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도구를 넘어, 소유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이자 예술품으로 여겨졌습니다.
합죽선은 고려 시대에 이미 그 정교함으로 중국 송나라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사치 풍조와 함께 양반 계층의 애완물로 자리 잡았으며, 판소리 창자가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전주는 양질의 대나무와 숙련된 장인들이 모여 합죽선 제작의 명산지로 꼽히며, 국가무형문화재 선자장들에 의해 그 기술이 현재까지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습니다.
합죽선은 부챗살 대나무 거스러미에 손이 다칠 염려가 적고, 명유칠 처리를 통해 종이의 내구성을 높여 실용성을 더했습니다. 백선(白扇)이 기본이지만, 선면에 시구나 그림을 더해 운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부채 손잡이 끝에 다는 선추는 과거 벼슬아치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장식품으로, 합죽선에 품격을 더하는 요소였습니다. 이러한 합죽선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멋이 담긴 전통 공예품으로, 현대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